핸드드립 커피는 감성과 기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브루잉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번 같은 레시피로 내리는데도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날은 너무 묽고, 어떤 날은 지나치게 진하거나 쓴맛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 원인은 단순히 감각이나 기분의 차이가 아니라, 수치로 측정 가능한 '추출 수율(Extraction Yield)'과 'TDS(총 용질 농도)'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커피 맛을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조절하려면, 이 두 지표를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1. 커피가 밍밍하거나 쓴 이유는 무엇인가?
핸드드립 커피가 의도와 다르게 밍밍하거나 지나치게 쓴 경우, 그 이유는 대개 '추출이 부족하거나 과했다'는 데 있다. 즉, 미추출(under-extraction)은 커피의 풍미 성분이 충분히 추출되지 않은 상태이고, 과추출(over-extraction)은 고형물뿐 아니라 쓴맛과 텁텁한 성분까지 지나치게 우려낸 결과다. 이 상태는 겉으로 보거나, 맛만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치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문제 해결의 열쇠: 수율과 TDS
Extraction Yield(수율)은 원두 속 성분 중 얼마나 추출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18~22%가 이상적이다. TDS(Total Dissolved Solids)는 추출된 커피의 액체 내 고형물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나타내며, 필터 커피에서는 1.15~1.45% 범위가 표준이다. 이 두 수치를 함께 측정하고 해석하면 현재 커피가 과추출, 적정 추출, 미추출 상태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3. 수율 계산법: 어렵지 않다
수율(%) = TDS × 브루잉된 커피 총량 ÷ 원두 사용량
예를 들어, 20g의 원두로 300g의 커피를 추출했고 TDS가 1.30%였다면 : 1.30 × 300 ÷ 20 = 19.5%
즉, 수율은 19.5%로, 적정 범위 내에 있으며 적절한 추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브루잉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4. TDS 측정은 왜 필요한가?
TDS는 커피의 농도(진하기)를 수치로 나타낸다. 이는 미각적으로 '진하다'고 느끼는 것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굴절계(refractometer)를 통해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커피 1~2방울 정도만 있으면 수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TDS가 높고 수율도 높으면 과추출 가능성이 있고, TDS가 낮고 수율도 낮으면 미추출이 의심된다. 이 두 값은 함께 해석해야 한다.
5. 추출을 망치는 변수들
수율과 TDS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대표적인 변수는 다음과 같다.
- 분쇄도: 곱게 갈수록 수율 상승
- 물 온도: 높을수록 추출 효율 증가
- 시간: 길수록 수율 증가, 그러나 과하면 과추출
- 브루 레이쇼: 물 대비 원두의 비율로 농도 조절
- 교반과 물줄기: 추출 균일성에 직접 영향
6. 브루 레이쇼 차이가 만드는 미묘한 맛의 차이
브루 레이쇼(Brew Ratio), 즉 원두와 물의 비율은 단순한 양 조절이 아니라 커피의 성격을 바꾸는 핵심 요소다. 예를 들어 1:15로 추출하면 진하고 묵직한 맛이, 1:17로 추출하면 좀 더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나타난다. 두 수율이 동일하더라도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입안의 인상은 확연히 달라진다. 따라서 브루 레이쇼는 레시피 설계에서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할 기준이다.
7. 상황별 수치 조정법
TDS와 수율을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조정할 수 있다:
- 수율 낮고 TDS 낮음: 추출 부족 → 분쇄도 더 곱게, 추출 시간 증가
- 수율 낮고 TDS 높음: 농도는 진한데 맛이 밍밍 → 물 양 조절, 분쇄도 조정
- 수율 높고 TDS 높음: 과추출 가능성 → 추출 시간 줄이거나, 물 온도 낮추기
- 수율 적정, TDS 낮음: 맛이 연함 → 브루 레이쇼 조정
이렇게 문제 상황을 수치로 읽으면, 맛을 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8. 수율 계산은 실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카페에서 수율 계산은 단지 공부용이 아니다. 로스팅 테스트, 신메뉴 개발, 블렌딩 최적화, 시즌별 레시피 변경 시에도 수율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기준이다. 특히 바쁜 시간에도 균일한 맛을 유지하려면, 감각보다 수치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고객은 브랜드의 맛을 기억하는데, 수율 기반 브루잉은 그 일관성을 보장한다.
9. 바리스타 자격시험에서의 수율 활용 팁
SCA 바리스타 자격시험에서는 단순히 수율 공식을 외우는 것을 넘어서, 그 수치가 의미하는 상태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TDS는 적절하지만 수율이 낮다면 추출 총량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다. 계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수치를 통해 커피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평가의 핵심이다. 모의 계산 문제를 반복하면서 수치 해석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10. 추출 변수는 서로 영향을 준다
브루잉 변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분쇄도를 곱게 조정하면 수율은 올라가지만, 동시에 추출 속도가 느려지며 TDS도 높아진다. 물 온도를 3도만 올려도 수율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쓴맛이 도드라질 수도 있다. 하나의 변화를 줄 땐 반드시 그에 따른 연쇄 반응을 예상하고, 수치 기반으로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11. 커피 브루잉 컨트롤 차트: 감각을 시각화하다
SCA의 Brewing Control Chart는 TDS와 수율을 좌표축으로 설정한 시각적 도구다. X축은 수율, Y축은 TDS이며, 이상적인 추출 영역(Brew Zone)은 그 안에 사각형 형태로 표시된다. 이 차트를 통해 현재 커피가 ‘진하지만 과추출’인지, ‘밝고 연하나 미추출’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감각적 표현을 숫자로, 숫자를 이미지로 전환하는 이 도구는 커피 교육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12. 데이터 기반 브루잉이 주는 장점
수율과 TDS를 활용하면, 커피 추출의 일관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는 특히 카페 운영이나 바리스타 시험에서 중요하다. 고객에게 매일 같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려면 감각이 아니라 숫자가 필요하다. 또 로스팅 테스트나 블렌딩 실험 시에도 TDS와 수율은 향미 차이를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브루잉을 감각에서 설계로 바꾸는 것, 그 출발점이 바로 수치다.
핸드드립은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는 기술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교한 작업이다. 수율과 TDS를 이해하면 브루잉의 실패 원인을 수치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계산은 커피의 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숫자는 결코 감성을 대체하지 않지만, 감성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한 잔의 커피도 수치로 설계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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