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차

커피와 질병, 100년의 역사: 고혈압·당뇨·치매와의 관계 분석

mmtea9 2025. 5. 30. 15:26

커피와 질병의 동반 진화사: 고혈압, 당뇨, 치매까지

커피는 이제 항산화, 집중력 향상, 장수 식품 등 긍정적인 건강 이미지를 가진 대표적인 음료가 되었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심장을 망치는 마약’ 혹은 ‘고혈압과 불면증을 부르는 위험한 음료’로 인식되었다. 이런 인식은 단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시대마다 지배적인 의학 지식과 건강 관념이 달랐고, 커피는 그 틀 안에서 때로는 악당이 되었고, 때로는 구원자가 되었다.이 글에서는 커피가 고혈압, 당뇨, 치매 같은 대표적 만성질환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시대 순으로 조명하며, 커피에 대한 사회적·의학적 인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분석한다.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하나의 건강 상징으로서 커피가 어떻게 오해를 딛고 새로운 평가를 얻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18~19세기: 커피는 ‘심장을 자극하는 위험물’이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커피가 점차 대중화되었지만, 동시에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퍼져나갔다. 당시 의사들은 커피의 각성 작용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혈압을 치솟게 만드는 자극제”로 간주했다. 특히 귀족과 상류층이 심장마비나 돌연사에 대한 공포를 가졌기 때문에, 커피는 그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실제로 커피 섭취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왕실 칙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일부 성직자들은 커피를 ‘마귀의 음료’라 부르며, 성스러운 생활을 해치고 신체를 타락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카페인이 인간의 자제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인식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이 시기의 의학은 오늘날과 달리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을 뚜렷하게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강한 자극을 주는 모든 식품이 심장병과 직결된다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커피도 그 중 하나였다.

☆ 20세기 초~중반: 고혈압의 주범으로 몰리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의학 기술이 발전하고 혈압 측정이 가능해지자, 고혈압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혈압 = 카페인’**이라는 단순한 도식이 만들어졌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린다는 실험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1920~1950년대 사이 커피 섭취와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가 집중적으로 발표되었고,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기 위해서는 하루 한 잔을 넘기지 말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커피는 **‘에너지 음료이지만 건강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중적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불면증, 위산 역류, 심장 두근거림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 고혈압 환자에게 커피 금지를 권고했다. 당시의 대중 건강 책자에서는 ‘커피를 끊으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했다.

☆ 1970~1990년대: 당뇨병과 비만을 중심으로 커피에 대한 재검토 시작

1970년대 이후, 고혈압에 대한 커피의 유해성 논란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대신 커피가 **당뇨병과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 시기에는 설탕과 프림을 다량 넣은 ‘가공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으며, 이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믹스커피나 크림을 넣은 커피의 과도한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지방 축적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미국의 일부 연구에서는 하루 4잔 이상의 커피가 인슐린 분비 리듬을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커피는 다시 한번 ‘중독성과 식이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음료’로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원두커피, 블랙커피 등 ‘첨가물이 없는 커피’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들도 발표되기 시작했다. 클로로겐산이나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성분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등장하면서, 커피는 새로운 건강 식품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 21세기: 커피는 ‘기능성 식품’으로 재탄생하다

2000년대 이후 커피에 대한 인식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다수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 커피를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당뇨, 파킨슨병,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이 낮다는 결과가 속속 등장했다. 특히 2010년대를 기점으로 커피는 ‘항산화 식품’, ‘대사 질환 예방 음료’로 자리 잡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때 커피를 발암 가능성 식품으로 분류했지만, 2016년 그 분류를 철회했다. 오히려 일부 암에 대해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커피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이는 수많은 임상 데이터와 인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

이후 커피는 기능성 원료로도 주목받게 되었다. 클로로겐산, 카페인, 테아브로민, 니아신 등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의학적 효능과 연결되었고, 커피 추출물은 건강기능식품, 스포츠 보충제, 미용 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닌, 질병 예방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 된 것이다.

☆ 질병별 커피의 기능성 연구 정리

질병명 과거 인식 현재 연구 결과 관련 성분
고혈압 카페인이 혈압을 올림 단기 상승 있으나, 장기적 영향 미미 카페인, 클로로겐산
당뇨병 설탕·프림 커피가 혈당 위험 증가 블랙커피는 인슐린 민감도 개선 폴리페놀, 마그네슘
치매 카페인 과다 시 뇌에 자극 신경세포 보호, 알츠하이머 위험 감소 카페인, 항산화 성분
심혈관 질환 심장박동 증가로 위험 유발 적정 섭취 시 오히려 심혈관 보호 클로로겐산, 항염 성분
간질환 무관심 지방간 및 간암 위험 감소 보고 항산화 물질, 해독 촉진 성분

커피와 질병, 100년의 역사: 고혈압·당뇨·치매와의 관계 분석

 

커피는 단지 커피가 아니라, 시대의 건강 관념과 의학 수준을 반영하는 문화적 지표였다. 한때는 심장을 망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심장을 보호하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커피와 질병의 관계는 단편적인 연구 결과 하나로 판단할 수 없으며, 섭취량과 방식,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커피에 대한 인식 변화는 우리가 건강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진화이기도 하다. 이제 커피는 선택의 문제다. 누가, 언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건강을 해칠 수도, 지킬 수도 있다.